생각

아직 오지 않는 나날들

ssooonn 2022. 2. 13. 23:18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일하던 곳을 나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담고 있던 곳은 더 이상 저의 자리가 아니에요. 텅 빈자리엔 누군가 다시 앉을 테죠. 그 자리의 주인은 없었어요. 전 잠시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어요. 행복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저는 떠났습니다. 그간의 1년이 그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까요. 제 자신을 의심하고 남을 탓하고 욕했던 지난 나날들, 저는 과연 1년 전의 저보다 더 자랐을까요? 재보아도 그대로인 키, 저는 아마 자란 게 아닌지 몰라요. 어쩌면 시야는 넓어졌을지 모르죠. 세상이 넓은 만큼, 다양한 공간 속에 다채로운 사람들 보았죠. 어렴풋이 기억나요. 남의 눈으로 날 돌아봐요.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마 활짝 웃고 떠들었던 순간이겠죠. 함께 할 때요, 그때가 가장 좋았어요.

이제 저의 위치를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요. 앞으로의 제가 궁금해요. 사실 기대돼요. 아직 오지 않은 밝은 나날들이 제 순간들을 가득 채워주리라 믿어요. 사랑해요. 얼마 전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었어요. 분명 화장실 문은 닫혀있었고,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 저는 아름다운 천사가 왔다 갔다고 생각했어요. 시원한 바람을 품고 다니는, 빛나는 숨을 불어넣어 주는 천사. 그 영혼에게 말해요, 사랑한다고. 아직 오지 않은 나날들은 그렇게 저에게 속삭여요. 어느 순간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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