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ssooonn 2022. 3. 12. 01:45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자꾸 생각나서 보고싶다가도 어느새 잊고 지내죠. 잘지내냐는 한마디가 뭐 그렇게 어려워서. 요즘은 잘지내냐는 말이 필요 없어졌어요. 묻지 않아도 이미 잘지내고 있는 걸 알고 있는 걸요. 1년전 쯤엔 문자가 왔어요.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고 잠깐 볼 수 있냐고요. 근데 안나갔어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죠, 다시 시작될까봐. 그 사람은 왜 다시 연락했을까요. 우리 사이에 남아있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연락 오길 바랬으면서, 막상 오니까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냥 하지 말지. 그랬다면 지금도 전 그 사람을 그리워했을거에요. 

그 때 찍어 준 사진, 아직도 그대로 있어요. 편지도요. 아마 창고 한 켠 사진첩들 사이에 있을거에요. 글쎄요, 그대로인 게 좋아요. 그것마저 버리면 다 사라질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글을 쓰고 해도, 기억만큼 선명하진 않으니까. 슬프게도 기억은 가장 선명하면서도 너무 빨리 지워져요. 그래서 그래요. 그래도 만약 길가다 우연히 마주치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이라도 좋을 것 같아요. 그땐 그냥 멀리서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람들 사이는 그래요. 원망도 미련도 없어요. 남아있던 그리움도 사라졌어요. 그 때 그 따뜻한 온기만 간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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