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ssooonn 2022. 2. 13. 22:54

 

 늦은 저녁이었다. 그녀는 떨린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내가 돌아보자 그녀도 돌아봤는데, 그녀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이렇게 속삭였다. ‘대박’ 그 소리가 묘하게 나를 건드렸다. 나도 ‘대박'이라고 속삭였기 때문이다. 처음 마주친 단 몇 초 사이에, 여러 빛깔의 감정이 오갔다. 그녀는 자리에 앉았고 나는 약간의 신남을 느꼈다. 떨림, 설렘보다 신남. 그녀의 말들은 새소리였다가 고요한 물도 되었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그 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는데, 내 눈에 너무 아름다운 무지개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가느다랗고 긴, 하얗고 선명한 그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되뇌었다. ‘예쁘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알아차릴 수 없는 순간에 그녀가 내 안에 들어왔다. 그러자 난 고장나버렸다. 고장 난 입과 귀로 난 모든 순간을 담으려 애썼다. 온통 하얬다.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고 간 게 있어서요.  (16) 2022.03.12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0) 2022.03.12
아직 오지 않는 나날들  (32) 2022.02.13
나는 이제 없습니다.  (4) 2022.02.13
빨갛게 일어난 살  (1)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