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사람이 다 좋아."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 위로 눈이 반짝인다. 정말 행복해 보인다. "어디가 좋냐"는 내 질문이 무의미해졌다. 오래된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꽤 오랫동안 줄다리기하더니 드디어 성공했다. 봄인지 곳곳에서 꽃소리가 만개하다. 그런데 나만 아직 겨울이다. 길어진 이 겨울을 끝내려는 이들이 있다. 이 친구도 그중 하나다. 소개해준다는 말은 날 머뭇거리게 한다. 이상하게 소개를 받으면 머피의 법칙이 작용한다. 한두 번의 소개는 모두 허사였다. 약간의 징크스 같다. 그래서 매번 그런 기회가 올 때면 가볍게 거부한다. 어디로 숨고 싶다. 그 어색한 공기를 마시고 묘한 흐름을 타기 위해 힘을 줘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서핑을 할 줄도 모르는데, 낯선 바다에서 파도를 타야 되는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