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다니던 시계가 고장 났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던 초침이 15와 16언저리에서 팔딱거린다. 물 밖에 던져진 물고기 같다. 살기 위해 애쓰는 붉고 검은 물고기. 내가 태어난 시간이 생각났다. 저녁 6시 33분, 난 소리 없이 태어났다. 그 작은 핏덩이는 배 위에 난 붉은 실로 목을 감은 채 나왔다. 풀어진 붉은 탯줄 옆, 의사의 입에서 전해진 공기로 겨우 숨을 받았다. 핏덩이의 입에서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엄마는 고통 끝에 나온 아기의 울음소리 대신 다급한 의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시간을 선명히 보았다. 큼직한 시간 -6시 33분- 그 시간은 내가 세상밖에 눈을 뜬 순간이다. 모든 1분 1초가 눈 뜨는 순간이다. 그리고 눈 감는 순간이다. 탄생과 죽음의 연속은 동시에 일어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