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다. 모든 게 빠르게 흐른다. 비가 그쳤는지도 모르고 매일 우산을 든다. 파랗고 진한 우산. 우산 끝에 고인 물이 바닥에도 고였다. 고인 물은 썩는다. 낡은 우산 몇 개를 버리자 한 개의 우산만 남았다. 파랗고 진한 우산. 겨울인데 눈 대신 비가 내린다. 그날은 작년 12월. 두껍고 긴 코트는 소복이 습기를 머금은 채 술집으로 들어섰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소리 건너에 날 기다리는 두 사람. 10년 전의 나를 아는 그들을 5년 만에 만났다. 긴 담소로 긴 밤을 지새웠고, 멀리 떠날 이미 떠난 그 친구 그러니까 그녀 옆에 파란 우산을 보았다. 코발트블루빛의 그것. 집에 있는 것이 생각나 장 구석에 있던 파란 우산을 꺼냈다. 선망과 호감의 대상, 일반적 조건들 위에 모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