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속 영화

라스트 나잇(Last Night) - cobalt blue,파란, 波浪

ssooonn 2020. 7. 28. 16:11

The Wave (1917) - Christopher Richard Wynne Nevinson

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는다. 모든 게 빠르게 흐른다. 비가 그쳤는지도 모르고 매일 우산을 든다. 파랗고 진한 우산. 

우산 끝에 고인 물이 바닥에도 고였다. 고인 물은 썩는다. 낡은 우산 몇 개를 버리자 한 개의 우산만 남았다. 파랗고 진한 우산.

겨울인데 눈 대신 비가 내린다. 그날은 작년 12월. 두껍고 긴 코트는 소복이 습기를 머금은 채 술집으로 들어섰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소리 건너에 날 기다리는 두 사람. 10년 전의 나를 아는 그들을 5년 만에 만났다. 긴 담소로 긴 밤을 지새웠고, 멀리 떠날 이미 떠난 그 친구 그러니까 그녀 옆에 파란 우산을 보았다. 코발트블루빛의 그것.

집에 있는 것이 생각나 장 구석에 있던 파란 우산을 꺼냈다. 

선망과 호감의 대상, 일반적 조건들 위에 모든 걸 갖춘 우산. 그것은 갈수록 완벽한 파랑에 도달한다. 어릴 적 파란을 그대로 머금고 모든 색을 담아 붉게 빛난다. 파랗고 더 파랗게 내 안에 질투와 다른 욕망이 뒤섞인다. 그건 내가 될 수도 가질 수도 없다. 그저 나와 다른 인생으로 여전히 이상에 머물러있다. 그 뒤에서 난 파랑을 흉내 낼뿐이다.

다 버리고 구석에 있던 파란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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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쳤고, 영화 [라스트 나잇]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고 이뤄져선 안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