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걸음 내려간 그녀가 뒤돌아봤을 때,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엔 아쉬움이 어려있었다. 그녀가 미소 짓자 그도 괜찮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마나 더 갔을까. 그와 헤어진 지 오분쯤 지났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만요 어디에요? 두고 간 게 있어서요, 다시 올래요?" 순간 그녀는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녀는 높아진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네, 다시 갈게요." 차분하지만 들뜬 목소리로. 그녀는 끊자마자 당장 뛰어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돌아섰다. 천천히 하지만 힘 있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두근거렸다. 가늘지만 깊은 그의 눈빛과 선홍빛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녀는 입가의 미소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머리를 쓸어..